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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Trust)" - 에르난 디아스 -

by 마카이오1226 2025. 3. 13.

서론: 신뢰의 본질을 탐구하다

신뢰(Trust)는 개인과 사회, 그리고 경제적 관계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려운 신뢰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에르난 디아스(Hernan Diaz)의 소설 *트러스트(Trust)*는 이러한 신뢰라는 개념을 다층적으로 탐구하며, 독자를 한 편의 문학적 퍼즐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진실과 허구, 권력과 자본, 그리고 인간의 심리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본 리뷰에서는 트러스트가 다루는 주요 주제와 서사 기법, 그리고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줄거리 개요

트러스트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소설로, 서로 다른 시점과 형식으로 구성된 네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엮여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월스트리트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금융가 앤드루 비클러와 그의 아내 밀드레드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네 개의 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첫 번째는 *채권(Obligations)*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익명의 작가가 쓴 픽션 형식이다. 이 소설은 비클러를 모델로 한 허구의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금융적 성공과 개인적 비극을 묘사한다. 두 번째는 비클러의 회고록, 즉 비클러 자신의 시각에서 쓴 자서전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의 서술이 과연 진실인지 의심하게 된다.

세 번째는 비클러의 자서전을 편집한 인물이 쓴 기록으로, 자서전이 다루지 않은 진실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비클러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밀드레드의 시각에서 전개된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품에서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다층적 서사는 독자에게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품의 주요 주제

1. 신뢰와 진실의 조작

소설은 신뢰(trust)라는 개념을 단순히 인간관계에서의 믿음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문제로 확장한다. 비클러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서사를 만들어가는지를 살펴보면, 신뢰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독자들은 여러 개의 서술 속에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 판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인간이 가지는 인식의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2. 자본주의와 권력

비클러는 단순한 금융업자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신뢰를 이용해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그는 경제를 조작하고, 언론과 출판을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는 오늘날 대기업과 금융가들이 어떻게 공공의 신뢰를 조작하고,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기록하는지를 반영한다. 트러스트는 이러한 경제적 권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형성하는지 보여준다.

3. 여성의 목소리와 침묵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밀드레드의 역할이다. 그녀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기회는 거의 없다. 이는 역사적으로 여성들이 어떻게 기록에서 배제되었는지를 암시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드러나는 밀드레드의 관점은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며, 그동안 우리가 신뢰했던 서사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문학적 기법과 서사 구조

1. 다층적 서술 방식

트러스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다층적 서술 구조다. 각 장은 서로 다른 형식(소설, 회고록, 평전, 일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는 단일한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문학적 퍼즐과 같아서 독자들이 직접 조각을 맞추며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2. 신뢰할 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

비클러의 회고록은 그의 성공담을 강조하지만, 그가 과연 정직한 화자인지는 불확실하다. 반면, 익명의 소설은 비클러를 비판적으로 묘사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역시 확신할 수 없다. 이러한 신뢰할 수 없는 화자 기법은 독자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읽도록 만든다.

3. 메타픽션(Metafiction)

책 속의 책이라는 형식을 활용하는 트러스트는 메타픽션적 요소를 강하게 드러낸다. 독자들은 단순히 이야기 속 등장인물만이 아니라, 책 자체가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성찰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와 정보가 얼마나 주관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결론: 현대 사회를 위한 문학적 성찰

에르난 디아스의 트러스트는 단순한 서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이 소설은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고 조작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이를 통해 자본주의, 권력, 역사 서술의 문제를 조명한다. 다층적인 서술과 신뢰할 수 없는 화자 기법은 독자들이 끊임없이 사고하도록 유도하며, 궁극적으로 진실이라는 것이 단순하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금융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믿고 따르는 정보와 권력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 작품이다. 따라서 트러스트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신뢰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중요한 문학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트러스트(Trust)" - 에르난 디아스 -